부드럽게 거절하는 법: 왜 매번 “네”라고 말하고 후회할까요?
병원 예약이 있는 걸 알면서도 입에서 “그럼요”가 먼저 나왔습니다. 제게 부족했던 건 결심이 아니라 문장이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거리와 갈등 때문에 힘들 때의 마음을 다룹니다.
글 23편
병원 예약이 있는 걸 알면서도 입에서 “그럼요”가 먼저 나왔습니다. 제게 부족했던 건 결심이 아니라 문장이었습니다.
삼십 분의 침묵을 못 견디고 제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밤에 누워 생각했습니다. 나는 여섯 시라고 말했는데.
딸이 방에 들어가면 거실에 사위와 저만 남고, 저는 급히 리모컨을 찾습니다. 사 년째 어색한 그 십 분의 정체를 짚어봅니다.
명절 전날 배를 깎다가 오빠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돈과 몸을 같은 자로 잴 수 없는 자리에서 각자 다른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두 시간 동안 듣기만 하고 온 버스 안에서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그 마음의 정체와 친구가 그래야 했던 이유를 함께 봅니다.
커피가 반쯤 식었을 때 삼십 년 친구가 그 말을 꺼냈습니다. 빌려주든 아니든 달라질 관계 앞에서 마음이 무엇을 재는지 봅니다.
아이가 가고 난 저녁,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저를 봤습니다. 사랑하는데 지치는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병원 복도 의자에서 형제 셋이 마주 앉았습니다. 계산은 다 맞았는데 왜 죄책감만 남았는지 들여다봅니다.
알림 이백열일곱 개가 쌓인 방에서 나가기를 눌렀습니다.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묻지 않았고, 저는 그 침묵을 답처럼 읽고 있었습니다.
입에서 먼저 “네”가 나오고 돌아서서 후회합니다. 거절을 못 하는 건 성격이 아니라 거절을 위험하게 배운 탓입니다.
“그거 아까 했잖아.” 말이 나가는 순간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짜증 낸 대상은 엄마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