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을 들어주고 왜 기분이 나쁠까? 착한 사람이 호의 뒤에 숨겨두는 ‘비밀 장부’
제가 먼저 하겠다고 했고 동생은 고맙다고 했는데, 문이 닫히자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혼자만 보는 장부에 무엇이 적혀 있었을까요.
부모와 자녀, 부부, 친구, 직장, 가족,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어려울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룹니다.
글 16편
제가 먼저 하겠다고 했고 동생은 고맙다고 했는데, 문이 닫히자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혼자만 보는 장부에 무엇이 적혀 있었을까요.
딸이 방에 들어가면 거실에 사위와 저만 남고, 저는 급히 리모컨을 찾습니다. 사 년째 어색한 그 십 분의 정체를 짚어봅니다.
세 시 십이 분에 숫자 1이 사라졌고 그 뒤로 답이 없었습니다. 그 일곱 시간 동안 마음이 빈칸에 적어 넣은 자막을 봅니다.
명절 전날 배를 깎다가 오빠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돈과 몸을 같은 자로 잴 수 없는 자리에서 각자 다른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두 시간 동안 듣기만 하고 온 버스 안에서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그 마음의 정체와 친구가 그래야 했던 이유를 함께 봅니다.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고 저만 그 말을 토씨까지 기억했습니다. 제가 기다린 것이 정말 사과였는지 들여다봅니다.
커피가 반쯤 식었을 때 삼십 년 친구가 그 말을 꺼냈습니다. 빌려주든 아니든 달라질 관계 앞에서 마음이 무엇을 재는지 봅니다.
아이가 가고 난 저녁,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저를 봤습니다. 사랑하는데 지치는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제 남편과 주고받은 말이 여섯 마디였습니다. 싸운 것도 아닌데, 이 조용함이 편안함인지 단절인지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