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스무 살 어린 사람이 내 상사가 되었다
불편한 이유는 그 사람이 못나서가 아닙니다. 우리 안에 있는 오래된 순서와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스무 살 어린 사람이 내 상사가 되었습니다
재취업을 했거나, 조직이 개편됐거나, 오래 다니던 곳에서 후배가 위로 갔거나.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인사도 잘하고 시키는 일도 합니다. 그런데 퇴근길에 이유 없이 지칩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불편함의 정체는 능력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이 상황이 불편한 이유는 그 사람이 못나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유능합니다.
불편한 건 우리 안에 있는 오래된 순서와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으면 위에 있다는 순서요. 이건 개인의 편견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몸에 익은 사회적 규칙에 가깝습니다.
그 규칙과 현실이 어긋나면,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불편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내가 옹졸한 탓으로 돌리면 자책까지 얹힙니다.
진짜 아픈 지점 세 가지
1. 지시를 받는 것보다, 설명을 받는 것
“이건 이렇게 하시면 돼요”라는 말이 유난히 걸립니다. 삼십 년 해온 일에 대한 설명이면 더 그렇습니다. 지시는 역할이지만, 설명은 능력에 대한 판단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2. 내 경력이 세어지지 않는다는 느낌
새 조직에서 예전 경력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이랬는데”라고 말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집니다. 그러면 그 이야기를 안 하게 되고, 안 하다 보면 내가 살아온 시간이 없는 셈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3. 앞으로 갈 곳이 없다는 감각
젊을 때는 지금이 힘들어도 다음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그 다음이 잘 안 보입니다. 같은 어려움이라도 끝이 보이는 어려움과 아닌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도움이 되는 관점
그 사람이 나보다 훌륭한 것이 아니라,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조직도는 인격 순위표가 아닙니다. 이 구분이 되면 지시를 받아도 나 자신이 깎이지 않습니다.
또 하나. 어린 상사도 대개 불편합니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에게 무언가를 말해야 할 때 그 사람도 조심스럽습니다. 어색함은 양쪽이 나눠 갖고 있는 것이지 나만 겪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해볼 만한 것
1. 먼저 편하게 해주기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 한마디를 먼저 건네면 상대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건 굽히는 게 아니라 여유 있는 쪽이 먼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2. 경력을 자랑 대신 자원으로 쓰기
“예전에는 이랬는데”는 벽을 만들고, “이런 경우도 있어서 참고하시라고요”는 도움이 됩니다. 같은 경험인데 과거형으로 말하면 저항이 되고, 제안형으로 말하면 자산이 됩니다.
3. 배우는 자리를 일부러 만들기
새 프로그램이든 새 방식이든, “이거 좀 알려줄래요?” 하고 먼저 물어보세요. 배우는 태도는 나이 든 사람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리고 물어봤다는 사실이 상대의 경계를 크게 낮춥니다.
4. 인정의 출처를 바깥에서만 찾지 않기
직장에서의 위치가 흔들릴수록, 직장 밖에 나를 설명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취미, 모임, 배움, 돌보는 관계. 무게 중심이 여러 개면 하나가 흔들려도 덜 넘어집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 상황이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불편함이 나를 갉아먹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일 그 자리에 나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 사실은 아무도 안 알아줘도 스스로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직장 밖에서 나를 설명하는 문장이 몇 개나 있나요?
하나뿐이라면, 두 번째를 만든다면 무엇으로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