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늙어가는 걸 지켜보는 일
사랑과 슬픔과 부담과 짜증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옵니다. 뒤쪽 감정들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오래 애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부모님이 늙어가는 걸 지켜보는 일
어느 날 아버지가 계단에서 손잡이를 잡는 걸 봤습니다. 어머니가 약봉지를 헷갈려 하시는 걸 봤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장면입니다.
큰 사건은 없었는데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그리고 그 서늘함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이 시기의 감정은 하나가 아닙니다
부모의 노화 앞에서 우리는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리고 그중 몇 개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랑 — 더 잘해드리고 싶다
슬픔 —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두려움 —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
부담 —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짜증 —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것에 대한
죄책감 — 짜증을 낸 것에 대한
억울함 — 왜 나만 이렇게 하나 (형제가 있는 경우)
이 중 뒤쪽 세 가지는 잘 말하지 못합니다. 나쁜 자식처럼 보일까 봐서요. 그런데 이 감정들은 나쁜 마음의 증거가 아니라 오래 애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돌봄이 유난히 지치는 이유
1. 끝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육아는 힘들어도 아이가 자라면서 손이 덜 갑니다. 부모 돌봄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그리고 언제까지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끝을 모르는 일은 사람을 특히 지치게 합니다.
2. 역할이 뒤집힙니다
나를 돌보던 사람을 내가 돌보게 됩니다. 목욕을 도와드리거나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순간, 두 사람 모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부모는 자존심이 상하고, 자녀는 무언가를 잃은 것 같습니다.
3. 내 삶도 한창 무겁습니다
이 시기는 대개 자녀도 아직 손이 가고, 일도 놓을 수 없는 때입니다. 양쪽에 끼여 있다는 뜻에서 낀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죄책감을 다루는 법
돌봄을 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죄책감을 느낍니다. 더 자주 못 가서, 짜증을 내서, 요양원을 알아봐서.
여기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 진짜 죄책감 — 내가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에 대한 것. 이건 행동을 바꾸면 됩니다.
- 가짜 죄책감 — 애초에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것. “부모를 늙지 않게 할 수 없다”,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 같은.
대부분의 죄책감은 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죄책감은 아무리 애써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못 했다고 자신을 벌하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들
1. 혼자 지지 마세요
형제가 있다면 역할을 나누고, 없다면 제도의 도움을 받으세요. 거주하시는 지역의 노인 돌봄 서비스나 요양 등급 제도를 미리 알아보시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부모를 버리는 게 아닙니다.
2. 완벽 대신 지속
매일 두 시간씩 하다가 석 달 만에 지쳐 쓰러지는 것보다, 주 이틀씩 삼 년을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돌봄은 단거리가 아닙니다.
3. 내 몸을 먼저
돌보는 사람이 무너지면 돌봄도 끝납니다. 잠, 식사, 병원.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돌봄을 계속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4. 지금 가능한 대화를 미루지 않기
어떤 치료를 원하시는지, 어디에서 지내고 싶으신지,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이런 대화는 불편하지만, 나중에 못 하게 되면 훨씬 더 힘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합니다.
돌보는 분께
돌봄을 하는 사람에게도 우울감과 소진이 흔하게 찾아옵니다. 잠이 무너지거나, 아무 즐거움이 없거나, 자꾸 눈물이 나는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주세요.
돌보는 사람이 자기 마음을 돌보는 것은 사치가 아닙니다. 그것도 돌봄의 일부입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 중,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감정을 누구에게 한 번 꺼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