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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마음

이제 제가 나갈 차례입니다: 빈 폴더를 지우며 마주한 정년 앞의 두 겹의 마음

이제 제가 나갈 차례입니다: 빈 폴더를 지우며 마주한 정년 앞의 두 겹의 마음

후배에게 넘길 인수인계 폴더를 정리하다 손이 멈췄습니다. 홀가분함과 밀려나는 기분이 왜 같이 오는지 들여다봅니다.

십몇 년 치 자료를 비우고 껍데기만 남은 내 이름의 폴더 앞에서 멈춰 선 시간. 홀가분함과 밀려나는 서운함이 동시에 밀려올 때, 오래 일한 이들이 마주하는 진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홀가분함과 밀려남은 원래 같이 옵니다

  • 두 겹의 진짜 마음: 아침 여섯 반 알람과 마감의 압박에서 벗어난다는 홀가분함과, 내 이름이 더 이상 내년 계획의 어느 칸에도 없다는 밀려나는 서운함은 모두 진짜입니다.

  • 하나로 정리하려 할 때의 시끄러움: 어느 한쪽만 붙들려 하면 밤에 서운함이 몰려오거나 남은 날들이 서러워집니다. 두 감정을 나란히 놓아두는 편이 마음을 더 조용하게 만듭니다.

  • 인수인계의 진짜 의미: 업무를 넘기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손끝으로 확인하며 “내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서툰 안간힘이기도 합니다.

남은 넉 달을 통과하며 해보는 것들

  • 잘 넘기는 것을 마지막 일로 삼기: 내 자리를 지키는 대신, 다음 사람이 덜 헤매도록 돕는 것을 마지막 책무로 정하기.

  • 나 없어도 돌아가는 연습 미리 하기: 휴가를 붙여 쓰며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안심하는 과정을 여러 번에 나눠 겪기.

  • 직함 없이 만날 사람 만들기: 명함이 없어질 때를 대비해 밖에서 아무런 타이틀 없이 나를 소개하고 말문이 막혀보는 경험 해보기.

  • 급한 계획 대신 뼈대 만들기: 불안이 정한 거창한 계획 대신, 매일의 아침 산책처럼 하루를 지탱할 소박한 구조 미리 심어두기.

사원증과 노트북을 반납할 때 잃지 않는 것들

  • 서른 몇 해 동안 이름보다 직함으로 더 많이 불렸던 호칭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잃는 일이 맞습니다.

  • 하지만 폴더 안의 자료는 놓고 가더라도, 그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던 사람과 묵묵히 버텨온 시간은 회사가 회수해 갈 수도, 남이 가져갈 수도 없습니다.

  • 12월 31일에 반납하는 것은 사원증이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아닙니다.

오늘의 마음 질문

오랫동안 남들을 위해 헌신해 온 하루하루를 지나 이제 온전히 나를 돌봐야 할 시간입니다.

오늘, 직함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나는 나를 뭐라고 소개하고 싶은가요? 그 문장을 지금 한 줄로 써본다면 어떻게 쓰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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