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줄 쓰기: 거창한 일기를 포기했더니 비로소 시작된 것들
서랍에서 빈 일기장 세 권을 찾았습니다. 거창한 일기 대신 세 줄만 쓰기로 하고 삼 주를 지나온 이야기입니다.
오래 애쓴 끝에 찾아오는 소진과 피로에 관한 글을 모았습니다.
글 19편
서랍에서 빈 일기장 세 권을 찾았습니다. 거창한 일기 대신 세 줄만 쓰기로 하고 삼 주를 지나온 이야기입니다.
일요일 오후 두 시, 빨래를 개다 말고 소파에 누웠습니다. 몸은 누워 있는데 마음이 먼저 일어나 앉는 이유를 봅니다.
삼십 분의 침묵을 못 견디고 제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밤에 누워 생각했습니다. 나는 여섯 시라고 말했는데.
명절 전날 배를 깎다가 오빠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돈과 몸을 같은 자로 잴 수 없는 자리에서 각자 다른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아이가 가고 난 저녁,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저를 봤습니다. 사랑하는데 지치는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달력을 넘기려다 부엌에 선 채로 손이 멈췄습니다. 지난 넉 달이 거의 빈칸이었거든요. 시간이 빨라진 걸까요, 표시가 사라진 걸까요.
무를 썰던 손 위로 눈물이 났고, 딸은 엄마 갱년기지 하고 물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덮어버린 이 년 치 사건들을 꺼내봅니다.
병원 복도 의자에서 형제 셋이 마주 앉았습니다. 계산은 다 맞았는데 왜 죄책감만 남았는지 들여다봅니다.
아이들 어릴 적 물건이 든 상자 앞에 한 시간을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못 버리고 도로 올려놓으면서 제가 붙잡고 있던 것을 봅니다.
“그거 아까 했잖아.” 말이 나가는 순간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짜증 낸 대상은 엄마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