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음 사건
며느리가 “어머니 편하신 대로 하세요”라고 했다
예의 바른 대답이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헛헛했습니다. 그 말이 저를 존중하면서도 바깥에 세워두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실제 생활에서 있었던 작은 사건 하나를 골라, 그때의 감정과 그 감정이 생긴 이유를 차근차근 따라가 봅니다. 딸의 한마디, 남편의 짧은 대답, 친구들의 사진 한 장 — 사소해 보이지만 오래 남는 순간들입니다.
글 17편
예의 바른 대답이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헛헛했습니다. 그 말이 저를 존중하면서도 바깥에 세워두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고 화를 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는 내내 그 한마디가 맴돌았습니다. 서운함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는데 돌아온 건 두 글자였습니다. 제가 원했던 건 동행이 아니라 반응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다 모였다”는 사진 아래에서 저는 빠져 있었습니다. 사실은 한 줄인데 해석은 세 줄이었고, 저를 아프게 한 건 세 줄 쪽이었습니다.
김치 담갔으니 가져가라는 말을 하려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재중 세 번이 화면에 남은 걸 보니 이상하게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