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만난 걸 사진으로 알았다 — 배제당했다는 느낌의 정체
“오랜만에 다 모였다”는 사진 아래에서 저는 빠져 있었습니다. 사실은 한 줄인데 해석은 세 줄이었고, 저를 아프게 한 건 세 줄 쪽이었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사진을 봤습니다. 이십 년 넘게 알고 지낸 모임의 친구들이 카페에 앉아 웃고 있었습니다. 넷이 나란히. 사진 아래에는 “오랜만에 다 모였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 모인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거기 없었으니까요.
단톡방을 열어봤습니다. 지난주 대화가 마지막이었고, 만나자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아마 다른 방이 있거나, 누군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렸을 겁니다. 저는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휴대폰을 엎어놓았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감정
제일 먼저 온 건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데도 창피했습니다. 그다음이 서운함, 그다음이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저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걸로 마음 상하다니. 그 생각이 제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감정이 하나였으면 그냥 겪고 지나갔을 텐데, 감정 위에 자기비난이 얹히니까 빠져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 일부러 나를 뺐구나.
- 내가 뭘 잘못했나. 지난번에 내가 한 말 때문인가.
- 원래 나는 그 모임에서 겉도는 사람이었나 보다.
- 먼저 물어보면 구차해 보이겠지.
흥미로운 건, 이 중 어느 것도 제가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사진 한 장을 보고 네 개의 결론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들을 진짜라고 믿으며 이틀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아팠을까
사람은 무리에서 밀려나는 것에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무리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실제로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마음에는 배제를 빠르게 감지하는 장치가 남아 있습니다.
사회심리학에는 ‘사이버볼(Cyberball)’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참가자가 화면 속 두 사람과 공을 주고받는 간단한 게임인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두 사람이 참가자에게 공을 주지 않습니다. 상대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려줘도, 심지어 게임이 아무 의미 없다고 설명해도, 참가자들은 기분이 상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낯선 사람이, 의미 없는 게임에서, 몇 분 동안 공을 안 줘도 마음이 상합니다. 그러니 이십 년 지기 친구들의 모임에서 빠진 일이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이건 예민한 게 아니라 정상입니다.
심리학의 눈으로 보면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사실과 해석입니다.
사실: 친구 넷이 만났고,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사진이 올라왔다.
해석: 나를 일부러 뺐다. 내가 미움받고 있다. 나는 원래 겉도는 사람이다.
사실은 한 줄인데 해석은 세 줄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이틀 동안 아프게 한 건 한 줄이 아니라 세 줄 쪽입니다.
이렇게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상대의 마음을 단정하는 것을 인지치료에서는 독심술(mind reading)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마음은 빈칸을 싫어해서 무슨 이야기든 채워 넣으려 하는데,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는 대체로 가장 나쁜 이야기를 골라 넣습니다.
또 하나. 우리는 남의 삶을 편집된 결과물로 봅니다. 사진 한 장에는 그날 누가 오지 못했는지, 그 모임이 얼마나 급하게 정해졌는지, 누가 얼마나 어색해했는지가 담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남의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내 뒷이야기와 비교합니다. 그 비교는 애초에 공정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정말 원했던 것
제가 원한 건 그날 그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날 저는 다른 약속이 있었고, 불렀어도 못 갔을 겁니다.
제가 원했던 건 불러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우리가 너를 떠올렸다”는 사실이요. 참석 여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초대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아직 이 무리 안에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면
일주일쯤 지나서 저는 용기를 내어 단톡방에 사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진 봤어, 좋아 보이더라. 나도 다음엔 껴줘.” 가볍게요.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아 그거 갑자기 정해진 거였어. 근처 왔다가 즉흥으로. 너 그날 멀잖아.” 그리고 몇 분 뒤 다음 모임 날짜가 잡혔습니다.
제 이틀치 괴로움은 오분짜리 대화로 정리됐습니다. 물론 항상 이렇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멀어진 관계일 수도 있고, 확인해봤더니 더 서운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상상 속에서 결론을 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상상은 언제나 실제보다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배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모임은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변합니다. 계획을 세워 모이던 시절은 지나가고, 근처에 온 사람끼리 만나는 시절이 옵니다. 그 변화는 나를 향한 거절이 아니라 삶의 형태가 달라진 것에 가깝습니다.
최근에 확인하지 않은 채 혼자 결론 내린 일이 있나요?
그 결론을 만든 것은 사실이었나요, 해석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