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고를 들었다 — 상실이 잦아지는 나이
슬픔과 함께 다른 것이 옵니다.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감각이요. 며칠씩 마음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부고가 잦아지는 나이
휴대폰이 울립니다. 단체방에 부고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름을 보고 잠깐 멈칫합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사람인데요.
장례식장에 가고, 돌아오고, 다음 날 평소처럼 밥을 차립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마음이 이상합니다. 슬픈 것과는 조금 다른,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태로요.
이 시기의 상실은 다르게 옵니다
젊을 때의 죽음은 예외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사고나 큰 병처럼요. 그래서 슬프긴 해도 내 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중년 이후의 부고는 다릅니다. 같은 나이, 비슷한 생활, 비슷한 건강 상태의 사람이 떠납니다. 그래서 슬픔과 함께 다른 것이 옵니다.
나도 그럴 수 있다.
이 감각은 애도와 섞여 있어서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며칠씩 마음이 무거운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옵니다
그 사람을 잃은 슬픔 — 함께한 시간이 끝났습니다
내 세계가 줄어드는 감각 — 나를 알던 사람이 한 명 줄었습니다
내 유한함의 확인 — 나에게도 끝이 있다는 사실이 가까워집니다
두 번째가 특히 잘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오래된 친구는 내 과거를 기억해주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떠나면 내 인생의 어떤 부분이 함께 흐려집니다. 스무 살의 나를 아는 사람이 한 명씩 줄어드는 일이지요.
애도에 정해진 모양은 없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잃었는데 눈물이 안 나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리 가깝지 않았는데 유난히 오래 힘든 분도 있습니다.
애도는 정해진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 한동안 괜찮다가 몇 달 뒤 마트에서 갑자기 무너지기도 하고, 슬픔보다 화가 먼저 오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정상 범위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애도에는 마감일이 없습니다. “이제 그만할 때 됐다”는 말은 위로가 아닙니다.
이 시기를 지나는 법
1. 마음이 무거운 이유에 이름 붙이기
“그냥 우울하다” 대신 “친구를 잃은 슬픔과 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같이 있다”고 적어보세요. 이름이 붙으면 다룰 수 있는 크기가 됩니다.
2. 이야기할 자리 만들기
장례식이 끝나면 그 사람 이야기를 할 자리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남은 친구들과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일부러 가져보세요. 기억을 나누는 것은 애도의 중요한 방식입니다.
3. 몸을 돌보기
애도 중에는 잠, 식욕, 면역이 흔들립니다. 이 시기에 몸이 아픈 것은 흔한 일입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평소보다 더 챙겨주세요.
4. 미루던 것을 하나 꺼내기
죽음을 가까이서 본 뒤에 오는 감정 중에는 초조함도 있습니다. 이걸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미뤄둔 여행, 못 한 말, 만나고 싶던 사람 — 하나만 꺼내보세요. 이건 도피가 아니라 애도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5. 정리를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유언, 연명치료 의향, 남기고 싶은 말. 이런 준비는 죽음을 앞당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을 줄여줍니다. 막연한 것을 정해진 것으로 바꾸는 일이니까요.
이럴 때는 도움을 받으세요
다음과 같다면 애도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 몇 달이 지나도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 그 사람 생각에서 하루 종일 벗어나지 못한다
-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자꾸 나를 향한다
- 술이 늘었다
특히 세 번째에 해당하신다면 미루지 마시고 도움을 청해 주세요. 캐나다에서는 988(전화·문자), 한국에서는 109로 24시간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실이 잦아지는 시기라는 것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많은 사람과 오래 함께 살아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잃을 것이 있다는 건 가졌다는 뜻이니까요.
슬픔은 그 사람이 내 삶에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없애야 할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과의 기억 중 오늘 떠올리고 싶은 장면 하나는 무엇인가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