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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 사건

아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 — 부재중 세 번 뒤에 남은 마음

아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 — 부재중 세 번 뒤에 남은 마음

김치 담갔으니 가져가라는 말을 하려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재중 세 번이 화면에 남은 걸 보니 이상하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별일은 아니고, 김치를 담갔으니 가져가라는 말을 하려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 받았습니다. 회의 중일 수도 있으니 한 시간쯤 뒤에 다시 걸었습니다. 또 안 받았습니다. 밤 아홉 시가 넘어 한 번 더 걸었습니다. 세 번째도 신호만 갔습니다.

열한 시쯤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저는 “아니야, 별일 아니야”라고 답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감정

부재중 세 번이 화면에 남아 있는 걸 보는데, 이상하게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세 번이나 걸었구나. 그 사실이 제 마음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서운했습니다. 서운함 뒤에는 걱정이 있었고, 걱정 뒤에는 조금 더 오래된 감정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 아이 하루에서 몇 번째쯤 되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 바쁜 건 알겠는데, 문자 한 줄이 그렇게 어렵나.
  • 내가 자꾸 전화하니까 부담스러운 걸까.
  • 친구 전화는 바로 받겠지.
  • 이제 나는 급한 일 아니면 연락하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마지막 문장이 제일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들이 한 말이 아니라 제가 만든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마음이 쓰였을까

전화를 안 받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다룬 것은 그 사실이 아니라 침묵의 빈칸이었습니다.

사람은 설명 없는 침묵을 아주 불편해합니다. 빈칸이 생기면 마음은 어떻게든 채우려 하는데,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는 대체로 나쁜 쪽으로 채웁니다. “회의가 길었나 보다”보다 “나를 피하는구나”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부재중 기록은 눈에 보입니다. 세 번이라는 숫자가 화면에 남아 저를 계속 쳐다봅니다. 그러면 감정이 사그라들 틈이 없습니다.

심리학의 눈으로 보면

연락의 빈도는 관계의 온도를 재는 자로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이 자는 사람마다 눈금이 다릅니다.

같은 행동, 다른 눈금

부모의 눈금 — 전화를 받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다.
자녀의 눈금 — 지금 못 받으면 나중에 하면 되는 일이다.

아들은 “나중에”라는 칸에 넣었고, 저는 “지금”이라는 칸에서 기다렸습니다. 서로 다른 시계를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 가지 더.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연락의 주도권을 점점 더 많이 넘겨주게 됩니다. 예전에는 제가 부르면 아이가 왔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시간이 될 때 옵니다. 이 변화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형태가 바뀐 것인데, 넘겨주는 쪽에서는 그게 상실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정말 원했던 것

김치를 가져가라는 말은 핑계였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목소리 한번 듣고 싶었어.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못 합니다. 나이 든 엄마가 아들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게 왠지 짐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김치를 만들고, 반찬을 만들고, 가져가라는 전화를 겁니다. 용건은 마음을 감싸는 포장지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면

밤 열한 시에 온 “엄마 무슨 일 있어?”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이건 무심한 사람의 문자가 아닙니다. 부재중을 보고 걱정이 되어서 보낸 문자입니다.

제가 “아니야, 별일 아니야”라고 답한 순간, 그 대화는 거기서 끝났습니다. 문을 먼저 닫은 건 저였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이렇게 바꿔봤습니다. 전화 대신 문자를 먼저 보냅니다. “김치 담갔어. 주말에 시간 되면 가져가.” 그러면 아들은 자기 시간에 답합니다. 그리고 답이 늦어도 제 마음이 덜 흔들립니다. 기다림의 모양이 달라지니까요.

오늘의 마음 질문

내가 자주 쓰는 ‘용건’은 무엇인가요?
그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진짜 말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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